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01년작) 언더 도그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도, 
그 주제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그 주제를 맞이하는 이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현실성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마무리짓는 따뜻한 영화.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 자체가 이 부분에서 플러스 요소지만)


























사실 미국 영화에서 질병이란 요소가 부각되는 경우는 그닥 흔하지 않다.
'강함'을 일순위로 추구하는 미국 사회 특성상, 
질병과 같은 '약한 면'이 부각되는 일들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사람들은 자살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이 동정에 가깝다면,
 미국 사람들의 그것은 냉정한 질타에 가깝다.)


보통 질병이란 요소가 어느정도 부각되는 미국 영화는, 보편적으로는 그 종류에 따라 주인공에게 두 가지 결말이 따른다.

'영웅적'인 요소가 짙은 영화의 주인공은, 보통 그 질병을 이겨내고 나중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최소한의 전진을 한다.
대표적으로는 <터미네이터 2>의 사라 코너,
그리고 <록키 2>의 록키가 있겠다. (나머지 록키 시리즈에서는 록키의 눈 문제에 대해 언급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은, 그 질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다.
<싸이코> <샤이닝> 같은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이르는 '파멸'을 보면서 느끼는 씁쓸한 감정이 며칠간 머릿속에 남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의 배경은 후자다.

이 영화는 현실, 정확히는 199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삼는 영화다.
그리고 주인공인 존 내쉬는 정신분열증 환자다.
그리고 이 정신병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보이는 환상이나 환청을
'정말 거기에 존재하는 것 같이' 보고, 듣고, 대화도 나눈다.


주인공 존 내쉬는 자신이 정신분열증인 것을 모른다.
환청이나 환상도, 실제 인물이나 소리와 다를 것 없이 보이고, 들리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면 (필자같은 경우)
중반에 그가 정신병자라는 판정을 받는 장면을 보면서 당황했을 거다.
물론 복선은 여기저기 깔려 있지만,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꿰뚫어보기 힘든 복선들이다.


여기까지는 위에 언급한 '보편적'인 정신병 관련 영화와 비슷한 전개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위에 말한 '보편적'인 정신병 영화의 범주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정신분열증이 이야기의 중심은 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처럼 주인공을 '잡아먹지' 않는다.

존 내쉬는 자신의 질병의 존재를 통보받고
처음엔 부정하고,
그 다음엔 단념하고, 
아내랑 사이도 멀어지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아내랑 힘을 합쳐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실패한다. 도서관 밖에서 난동을 부리고, 친구가 말리면서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상들이 말을 거는 걸 괴로워하면서도 무시한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환상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존 내쉬라는 사람의 한평생과 함께 그려 나가면서,
너무 갑작스럽지도, 너무 지루하지도 않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정신분열증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병인지를 부각시키면서도,
그 재앙을 맞이한 두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면서 고쳐나가는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두 사람의 신뢰관계는 이 영화가 단순한 '정신병' 영화 이상임을 보여주는 요소다.



그 외에 인상에 남는 조연 중 한명은,
대학원 시절엔 존 내쉬를 시기하고, 다투고, 경쟁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절친으로 남는 
조쉬 루카스 역의 한센이다.

이 인물은 미국의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든다.

'강함'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미국의 사회풍토에서 자라난 젊은이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행동을 하는,
전형적인 미국 20대 청년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나중에는 그러한 게 다 부질없는 짓인 걸 알고, 존 내쉬와 절친으로 남으면서,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하고,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남게 되었다.

더붙여 한 사회가 그 안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투영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둘이 늙었을 때, 한센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엑스트라들이 또 나온다. 
 하지만 그들도 늙어서는 다 부질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내쉬 : '결국은 자네가 이겼군' 
한센 : '아니야 존. 승자는 원래 없어(There is no winner).'



'미국'을 보고 싶은 사람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을 보호하면서 힘들어하는 사람.

이 분들에게는 이 영화는 정말로 꼭 봐야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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