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일 시절 볼튼의 전술 정리 - 접을 수 밖에 없는 한쪽 날개 오랄 싸커


오언 코일 감독의 경질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볼튼 원더러스지만,
그동안 볼튼의 행보를 정리해둬야 할 것 같다.
어떻게 감독 부임 1년만에 EPL 4위까지 올라갔었고,
그리도 빠른 시간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기간도 짧았고, 전술 식견도 부족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그동안 본 볼튼의 경기력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2010-2011 시즌>


볼튼 전성기 시절, 코일 감독의 전술 중심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었다.

1. 크로스 능력이 뛰어난 왼쪽 윙어, 창조적인 패스능력이 뛰어난 오른쪽 윙어
2. a. 2선 방어가 뛰어나고  b.공격 시 진영을 끌어올릴 수 있게 시간 벌면서 상대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중원
3. 케빈 데이비스가 떨군 헤딩볼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파트너 공격수 (세트피스 상황에선 수비수)

저 전술에 맟춰서, 첫 시즌에는 그라운드 전체를 휘젓는 모습을 많이 보인 이청용 선수의 움직임이
두번째 시즌에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날리는 아웃프런트 패스 위주로 바뀌었고,
중원을 장악하는 역할을 홀든이 맡고 무암바가 그걸 보조해주는 형태로 미드필더진이 잡혔다.
팀 동료들이 올라올 수 있게 적절히 볼 키핑을 해주는 홀든은 코일 감독 전술의 키 플레이어였다.
거기다 엘만더가 간만에 골 감각이 오르면서 중요한 골도 많이 넣어주고,
슈퍼 서브 클라스니치까지 활약을 해주면서 공격진도 한결 날카로웠다. 말 그대로 삼박자가 일치한 거다.


<2011-2012 시즌>

그런데 시즌 말에 홀든이 부상당하고 임대생 스터리지가 대박을 치면서, 엘만더를 홀든 자리에 끼워넣다가
원하는 포지션에 못 뛰게 되어서 불만을 느낀 엘만더와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어 FA로 놓치게 되었다.
이어서 이청용마저 부상당하면서 제대로 된 패스를 해줄 선수가 없어졌고, 공격진의 파괴력도 반감되었다.
게다가 수비수의 핵심이었던 케이힐은 여름에 이적이 안되서 태업성 플레이를 하고 있던 상태.. (이 양반이 부주장)
그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존 전술을 고집하다 2011-2012 시즌 전반부는 완전 망..(19경기 4승 1무 14패)

결국 코일 감독은 12월 블랙번전을 기점으로 전술상에 몇 가지 과감한 변화를 주었다.

1. 은곡 1톱체제. 볼키핑이 뛰어난 은곡을 이용해서 2선에서의 침투를 적극적으로 노림.
2. 오른쪽 윙의 적극적인 중앙 가담. 약한 수비진을 보호하기 위한 중원 지원.
3. 기존에 있던 노장들의 벤치행 (심지어 레전드 대우 받는 케빈 데이비스야스켈라이넨까지)


이런 전술적 변화, 그리고 무암바의 심장마비로 인한 팀내 단합 등을 힘입어
볼튼은 3월경까지 괜찮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왔고,
코일 감독은 3월에 "이달의 감독"에까지 선정되면서 일시적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무암바의 심장마비로 일정이 미뤄져서 몰린 4월에 로테없이 2주에 5경기라는
말도 안되는 강행군을 치르면서, 그 체력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볼튼은 결국 강등당한다.


<2012-2013 시즌(코일 감독 경질때까지)>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코일 감독은 "곧바로 EPL 복귀"라는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고려해야 할 게 두 가지 있었다.

일단 손실된 중원 자원은 너무나도 컸다.
홀든의 복귀도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무암바는 은퇴선언이 내려졌고, 리오코커는 방출조항을 띄워 팀을 떠났다.
급히 앤드류스스피어링을 수혈했지만, 풀백들을 보호하면서 중원을 장악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자원들이다.

또 문제가 되는게 케빈 데이비스의 대우다.
은곡 원톱 체제 당시 케빈 데이비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야 했고, 이에 큰 불만을 가졌던 듯 하다.
명색이 클럽 레전드가 여기저기서 이적설이 터졌으니 말 다 한거지..

하지만 섣불리 레전드를 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아무리 냉혹한 감독이라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팀의 레전드는 그 팀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고, 그걸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는 팀 분위기를 해칠 염려가 있다.
(사족으로, 퍼거슨 영감이 최근 몇 년간 즉시전력감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재계약을 했으니, 코일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이 케빈을 기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냉정히 말해서, 케빈은 기량이 많이 떨어졌고, 더 이상 혼자서 상대 진영을 흔들어놓는 플레이는 못하고,
그렇다고 투톱으로 가기에는 중원이 너무 약하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론이..
"한 쪽 윙을 아예 포기하자"

표면상으로만 4-4-2 포메이션이고, 실제로는 오른쪽을 거의 비운 채 중원에 3명의 선수가 항상 배치되고,
왼쪽 윙만 프리롤로 돌리는 전술을 지금 쓰고 있다. 여러 복잡한 현실이 엮어진 전술이다.
이러고도 지금 볼튼이 12경기동안 클린시트가 단 한 경기라는게 중원과 수비진의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 판정운도 좀 좋지 않았고.. 아무튼 현 상황에서 그나마 감독이 낼 수 있었던 선택이었을 거다.

<끝으로>


자, 이제 이 글을 끝으로, "볼튼의 코일 감독"을 뒤로 하자.
새로운 감독을 맞아 볼튼이 분위기 반전을 할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어떤 전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지..
쓰레기 화질에 자주 끊기는 해외방송으로 보고 있어서 불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권토중래해서 재기했으면 하는 바이다.


P.S.:
이청용이 못나오는 이유를 간단하게 꼽자면..
- 마크 데이비스가 그나마 오른쪽 측면에서 뛴 경험이 있음
- 이글스가 요즘 너무 잘함
- 이청용 본인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임.

그래서 위 포메이션에서 왼쪽 대신 오른쪽 측면을 버리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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