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적시장, 시즌을 다루기 전에 몇 가지 말하고 싶은 주제들. 오랄 싸커



1. 베일 -> 외질


..이건 다니엘 레비랑 아르센 벵거의 담력싸움에서 벵거가 밀리다가 역전 홈런을 날린 꼴.
일단 이건 나의 추측일 뿐이고, 사실인지 어떨진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 써보자면..

레알의 이적시장 기록을 보면 (출처: http://www.transfermarket.co.uk)
11-12시즌은 -47m 유로를 기록한데에 비해, 
12-13시즌은 적절한 선수방출로 모드리치 이적료를 메꾸며 손실 0을 기록했다.
이는 분명 FFP 규정을 지키면서 다음 시즌인 13-14시즌에 대박 영입을 할 포석을 깔아둔 것.

그걸 본 벵거의 계산은 그랬을 거다.

저놈들 이번시즌 대박 영입 할거다 -> FFP 규정이 강화되는 14-15시즌 조사대상에 이번시즌 지출이 포함된다 -> 레알이 대박영입을 한다면, FFP 규정 때문에라도 주전 선수 중 적어도 한명을 팔거다.

그래서 베일-레알 링크가 북받치던 이적시장 초반, 이과인을 노릴 때 그리 서두르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레알이 꼭 팔아야 했던 입장이거든.
근데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협상을 질질 끌면서 가격을 올리다보니 이과인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해지고,
결국 카바니를 일찍 팔면서 자금을 확보한 나폴리한테 이과인을 빼앗기는 형태가 된 것 같다.
레비 회장이 보통 수완이 아닌 인물이라 라이벌 팀의 이런 계산을 눈치챘을 확률이 높고,
의도적으로 베일 이적을 마지막 날까지 질질 끌었을 것이다 - 아스날한테 선수 영입할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지만 마지막에 더 큰 웃음을 짓는 사람은 벵거가 되어버렸다.


2. 정말 치열할 것 같은 이번 시즌
이번시즌 구단들 중, 현 감독 휘하에 2년이 넘은 구단이 단 5팀이고 (뉴캐슬, 아스날, 웨스트햄, 카디프, 풀럼),
2년차 되는 구단만 무려 7팀이다. (노리치, 리버풀, 스완지, 아스톤 빌라, WBA,  토트넘, 헐)
나머지는 8팀 감독들은? 풀 시즌을 구상하면서 팀을 맡게 되는게 이번이 첫 시즌인 감독들이라는 거다.
(첼시는 좀 특수한 상황이지만, 그냥 여기에 포함시켰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올 시즌만큼 총체적으로 대격변을 맞았던 시즌이 있었을까.
거의 다 새롭고, 안정되지 못하고, 경쟁적이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예년보다 훨씬 필사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어느 팀이 강등당할지, 누가 경질당할지, 외나무다리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굴지.. 정말 기대되는 시즌이다.


3. 볼튼
게리 네빌이랑 제이미 캐러거의 경기분석영상을 자주 뒤적이는데,
특정 선수가 탑 플레이어인가를 논할때 게리 네빌이 잘 꺼내는 단어가 있다.

"Arrogance(오만함)", "Character(성질)"

베일의 이적문제를 놓고 "베일이 그의 Arrogance를 나타낸지 1시즌밖에 안됐으니, 토트넘에 적어도 1시즌은 더 지내면서 그걸 지속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하고,
조 하트의 실수 문제를 두고 "불필요하게 스폿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지만, 그는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Character이 있다"라고 하는 등,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저 두 단어를 자주 쓴다.
물론 사전 그대로 건방지고 성깔 있는 그런게 아니라,
"나는 즐라탄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자의식, 또는 골을 넣을 것이다,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뜻한다.

그런데 현재 볼튼 경기들을 보면 선수들한테 그런 자신감이 없다. 
지는 경기들 보면 태반이 전술상으로 말려서 지는게 아닌, 
개인의 실수로 골먹히고 겉으로만 경기를 지배하면서 찬스가 나오면 우왕좌왕하다 놓치고 게임을 말아먹는다.
10-11시즌 아스톤빌라 원정처럼,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PK까지 허용한걸 막아내고,
끝까지 따라붙어서 2:3으로 역전승했을 때와 같은, 이길 수 있다는 "위닝 멘탈리티"가 결여된 것 같아뵌다.

하루빨리 1승을 따야 하는데.. 


4. 지동원

자신감 얘기가 나와서 문득 든 생각.

선더랜드 vs 크리스탈 팰리스 전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하이라이트 장면에 지동원이 쇄도할 때 머뭇거리다 헤딩을 놓친 장면만 줄창 나오더라.
선더랜드 팬은 아니지만, "저게 아욱스부르크에서 뛰던 지동원 맞나" 싶을 정도의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하는 거 보면, 지동원은 감독의 굳건한 믿음을 스스로 느껴야 크는 유형의 선순 것 같다.
인터뷰 내용 보면 아욱스부르크 감독이 골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계속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다보니 자연스레 슈팅감각이 오르기 시작했다니..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감독의 신임도로 보면 지난시즌처럼 입지가 최악은 아니라는 것.
디 카니오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지동원을 기용하겠다는 의견을 표했고,
지난 칼링컵 경기 때의 부진을 변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같은 국가 출신의 기성용을 임대했다는 거로 봐서,
지동원을 이번시즌에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의지 자체는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 사람한테서 흔히 말하는 "꼰대"의 성향이 보인다는 것.

자기를 파시스트라고 칭하고, 나치 경례 세레머니를 하는 사진을 볼 때부터 똘끼있는 인물임을 짐작했지만;

프리시즌에 잭 콜백한테 왼쪽 풀백 역할을 강요하면서 "싫으면 나가든가" 하는 모습도 그렇고,
그동안 경기 운영을 도맡았던 세세뇽이 훈련에 태만하고 몇 경기 부진하니까 가차없이 이적시키고,
지동원 움직임이 마음에 안들어서 45분만에 가차없이 교체하고,
그리고 인터뷰에서 위컴이랑 지동원의 경기평가를 "뇌가 없는 선수의 경기운영"라고 대놓고 말하는게..

믿음이 필요한 선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 뛰게 하는게 옳은 방식인진 모르겠다.
뭐, 기성용이랑 좀 다니면서 마음 잘 추스렸음 좋겠다. SNS 많이 하지 말고..


덧글

  • 홍차도둑 2013/09/04 10:45 # 답글

    진리의 막줄이군요
  • 미스터 L 2013/09/04 12:24 #

    뭐.. 정말로 깊게 생각하면 이청용 정도를 제외하곤 해외파 모두가 면책될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요.
    그냥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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