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시티 2 - 그럼 어찌하란 말이오? 견습 분석


파트 1에서 설명한걸 요약하자면,

레스터 시티는 액면적인 통계가 시사하는 것 같은 선수비 후역습위주 축구가 아닌, 스스로의 진영을 깨면서까지 측면 볼 운반에 전력을 다한 후 박스안 침투를 노리는 두세명의 빠른 선수들을 향한 크로스/스루패스를 장기로 하는 굉장히 공격적인 팀이며,

이 공격방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수적우위를 내주지 않으려고 대응하다 보면 그 약점을 찌르기가 힘들어지는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약점은 무엇인지 다들 아시겠죠?

바로 쏠려있던 측면의 반대쪽 공간을 이용한 역습이 제일 효과적일 것이라 봅니다. 예스! EPL 내 점유율 꼴찌, 패스 성공률 꼴찌인 레스터 시티의 약점이 역습공격이라니!

실제로 필드 플레이에서 레스터가 허용한 골의 대부분은 자기진영 우측면에서의 횡크로스였다는 게 이걸 뒷받침하지요.
키패스 자체도 측면에서의 횡크로스쪽의 밀도가 눈에 띄게 높군요.

그럼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어떤 타입의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파트 1에서 들었던 예시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겠습니다.


자, 시나리오대로 쇼크로스, 존슨을 수비라인에서 끌어내고 박스침투를 했던 바디와 오카자키와의 경합에서 센터백 볼샤이트가 이겼습니다. 그 세컨볼은 예상대로 마레즈한테 가버렸지요.

그런데 그 공을 샤키리가 끊어버렸습니다. 딱 저 움직임 시작하기 전에 샤키리가 월터스랑 디우프를 봤더라면 바로 전방으로 보내버렸을 겁니다. 미들진, 공격진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레스터 포백 vs 디우프-월터스-호셀루의 4v3 상황을 만들 기회니까요.
레스터 풀백인 대니 심슨은 그 위험을 알고 바로 자기 진영으로 라인을 내리기 시작하지요.

하지만 샤키리는 웰란한테 공을 넘깁니다. 뭐, 자세도 불안정했고 다음 장면까지 걸린 시간인 4초 안에 그런 행동을 미리 계획할 시야와 속도를 갖고 있었더라면 바이에른에 계속 남아있었겠지요.


4초 후 장면입니다. 여기서 대니 심슨이 가지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라니에리 감독도 이런 상황을 분명 상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분명 심슨(또는 데 라트)한테 역습시에 협력수비를 기대하지 말고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을 겁니다.
저런 상황이 분명 90분 내내 몇번은 일어날 텐데 그걸 혼자서 처리해야 할 만큼의 속력과 체력, 그리고 수비력을 요하는 자리가 레스터의 풀백 자리들이지요.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란이 길게 볼을 넘겨주지만 디우프가 터치를 하는데 실패하면서 역습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움직임은 매우매우 좋았어요. 몇가지 조금씩 선택이 맞았더라면 4v3, 심하게는 샤키리까지 가세한 4v4 상황까지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두 가지 아쉬웠던 점은,

- 샤키리가 레스터 포백-중원 사이에 생긴 엄청난 공간에 침투하지 않고 볼 리턴을 요구했던 점. 만약 저 사잇공간에서 샤키리가 침투해서 볼을 받았더라면 굉장히 좋은 장면이 나왔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분이 이래서 바이에른에서 밀렸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솔라 아스날 두번째 시즌 시절을 보는듯한 느낌이네요.

- 패스력 있는 아펠라이가 레스터 공격-스토크 역습으로 이어진 이 40초짜리 움직임 전체에 공수양면으로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는 점. 수비력도 제대로 없는 선수가 정밀한 패스가 요구되는 역습상황에서조차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뭣하러 중앙 미드필더에 내려앉혔는지 의문이 듭니다. 원래 저자리에서 뛰던 선수는 아니었으니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유예기간을 두어봅시다.


이제 맨시티의 그 장면으로 넘아가보죠.


- 레스터의 공격실패 직후 사냐의 스로인 장면. 실바는 벌써 레스터 진영의 약점을 꿰뚫고 자기한테 빨리 볼을 달라고 손을 들고 있죠. 그러나 볼은 투레한테 갔습니다.

- 6초 후 장면, 풀백들 두명 모두 아직 제대로 복귀하지 못한 레스터 진영입니다. 이 타이밍에 스털링한테 공이 갔으면 레스터 센터백 듀오(+복귀시간이 빠르다면 푸치스까지)와 스털링-아구에로의 2v2 또는 2v3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실바는 6초 전부터 그 점을 노렸을 겁니다. 하지만 투레는 왼쪽 콜라로프한테로 패스를 돌립니다. 

  이 선택 자체가 구지 틀린건 아닙니다. 레스터 시티를 공략하려면 측면에서 양질의 크로스를 올려줄 자원이 필요하고, 콜라로프의 크로스는 최근 날카로우니까요. 단지 그동안 맨시티가 종종 보여준 느릿느릿한 페이스가 다시 드러나는 것 같아 아쉬운 거지요.


- 콜라로프가 공을 가진 상황. 이미 칸테가 마레즈 빈 자리를 커버하는데 성공했고, 인러가 오른쪽의 데 브뤼네쪽에 볼이 가는걸 견제하는 위치선정을 끝낸 상탭니다. 요 경기에서 인러의 투입은 데 브뤼네의 무시무시한 크로스 능력을 막기 위한 대항마로 투입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 브뤼네는 이번 경기 맨시티에서 제일 위협적인 선수였다고 봅니다.

  아무튼, 스털링이 파란색 공간으로 침투했으면 아직 측면공격을 살릴 수 있었겠지만, 이분이 중앙에서 움직이질 않는군요. 일단 스털링한테 볼을 줍니다.


- 스털링이 공을 가진 상황. 왼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콜라로프에게 찔러줬더라면 좋은 공격시도가 될 수 있었지만, 스털링은 아구에로를 바라보다가 모건의 움직임에 막혀 턴 동작으로 투레한테 백패스를 합니다. 벌써 마레즈는 오른쪽으로 복귀하고 있고, 칸테가 다시 중앙으로 가면서 수비가담을 시작하네요. 이로써 우그러졌던 레스터 진영은 복구가 완료되고 맨시티 공격은 교착상태에 빠집니다.

  이분.. 윙플레이 하라고 배치시켰더니 골넣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요. 리버풀 시절에 보여준 자기 플레이를 잘 못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 페예그리니가 왜 스털링을 그렇게 중용하지 않았는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데 브뤼네가 부상당했는데 경기 뛰면서 데 브뤼네가 왜 그리도 핵심적인 선수로 여겨지는지를 시급히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 두 장면들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레스터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들의 공격방식대로 좁혀서 방어를 하되 볼을 탈취한 즉시 경기장을 넓게 벌려줄 패서와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팀 기동력을 갖출 것

- 좋은 크로스 능력, 또는 풀백과의 1v1 드리블에 자신 있는 선수를 측면에 세울 것

- 역습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속력, 또는 박스 안 침투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전방 또는 2선에 세울 것


이런 조건을 만족해도 60분 후에 벌어질 마레즈의 윙플레이를 봉쇄할 대책도 세워야 하겠고, 그마저도 바디의 미친 원더골이나 세트플레이로 무산될 수도 있겠지요 (리버풀..). 그런게 축구니까요.
그래도 요정도까지는 앞으로 EPL에서 대 라니에리식 레스터 전술에 기본적으로 깔아야 할 바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이제 2월이 되면서까지 1위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레스터는 강팀으로 인식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니에리는 밸런스와 안정성을 포기하면서 공격진의 위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전술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크게 보면 경기의 표면적인 장악을 중요시하는 현대축구, 통계축구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활동량이 요구되는 공격수 3인방이 죄다 30을 바라보는 터라 이게 다음 시즌, 다다음 시즌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 레스터는 강팀으로 인식해야 하겠네요.

아마 이 팀과의 경기가 남아있는 감독들은 이 점을 인지하면서 전술을 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레스터 경기에서 저 세 조건이 충족되는 경기, 그리고 그 경기 결과가 어떨지 기대해 보는 것도 이번 시즌 EPL을 즐기는 좋은 길이 아닐지요.


P.S.: 당장 레스터가 이번시즌 패한 두경기 (아스날 홈, 리버풀 원정)에서 어떤 식으로 골을 먹혔는지만 봐도 이 2패는 상대팀의 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던 순간들이었다는 걸 알 겁니다.

덧글

  • Seolskjaer 2016/02/05 19:57 # 삭제 답글

    정말 잘봤습니다. 지적하신 부분 유념해서 레스터 경기를 몇 번 다시 봐야겠어요
  • 미스터 L 2016/02/06 19:40 #

    오늘경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레스터가 데 브뤼네 빠진 맨시티 상대로 어떻게 나올지ㅎㅎ
  • emky 2016/02/07 00:19 # 답글

    잘 읽었습니다.
  • 미스터 L 2016/02/10 18:23 #

    감사합니다. 오랜만이에요!
  • 아술이 2016/02/08 12:25 # 삭제 답글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라니에리 감독 역시 대단하네요
  • 미스터 L 2016/02/10 18:25 #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선수들 관리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감독이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동질감이나 이해심은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커버하기 굉장히 힘드니까요.
  • 옹아 2016/02/14 05:18 # 삭제 답글

    1부를 포함한 이 글을 TV해설진들이 읽은건지... 하신말씀 그대로 해설에서 차용하더라구요...
    정말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 미스터 L 2016/02/14 13:07 #

    예전에도 몇번 그렇지 않으려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뭐 그런거에 일일이 신경쓰면 블로그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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